지금까지 울산경제는 1인당 GRDP 1위, 1인당 개인소득 2위, 1인당 소비지출액 2위 등 전국에서 가장 잘사는 도시로 널리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장밋빛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몇 가지 사실들이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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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서 2009년까지 울산의 GRDP 성장률은 2.8%로 전국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15위이며 시기를 조금 더 최근으로 한 2004년에서 2009년까지는 1.7%로 순위는 15위 그대로이지만 성장률이 높은 지역과의 격차는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기간에 경제위기가 있었고, 울산경제가 이 영향을 더욱 심각하게 받는다는 구조적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성장률 정체 현상이 나타났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기는 힘들다.
울산경제의 정체는 주력산업의 성숙화에 따라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경제사관점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정체를 지금과 같은 여건에서 극복할 수가 있는가이다. 물론 울산경제의 정체 원인에 대해서는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이 연구에서는 울산의 열악한 R&D 역량과 성장률 저하가 깊은 관련성을 가진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2009년 현재 울산의 R&D 집약도(울산의 총연구개발비를 GRDP로 나눈 값)는 0.9%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대전을 제외한 15개 광역시도의 2000~2009년 기간 GRDP 성장률과 2009년 R&D 집약도의 상관계수는 0.605로 높은 정(+)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이것의 의미는 R&D 집약도가 높은 지역의 경제성장률이 높다는 것이다.
울산경제의 정체라는 위기의 원인이 R&D 역량 부족에 있다면 R&D 역량을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 대안은 있는가가 핵심적인 질문이 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국가 R&D는 대학이나 국공립 및 출연연구소가 많은 지역에 배분되는 시스템 때문에 이러한 기관이 부족한 울산은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그리고 전체 R&D의 2/3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부문의 R&D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울산에는 공장은 있지만 연구소는 대부분 수도권과 충청권에 몰려 있다.
결국 울산 자체적으로 R&D 자금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어려운 지방재정구조를 볼 때 어렵지만 가장 빠른 길은 국가의 R&D 기관을 유치하는 길이다. 다행히 최근 정부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입지 선정을 앞두고 있다.
울산광역시가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에 발을 맞추며 대구·경북과 함께 유치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사실 울산은 동남권으로 부산 경남과 함께 광역경제권으로 분류되지만, 2005년 기준에서 제조업의 산업연계를 분석하면 대구·경북과의 교역 규모는 제조업 총투입의 7.3%로 부산·경남(8.7%)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특정 산업에서는 대구·경북과의 연계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구·경북 관점에서도 울산은 경기도에 이은 주요 교역지역이다. 결국 울산 경제가 살아날 때 대구·경북 경제도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볼 때 대구·경북과 울산의 연계는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경북은 IT산업 등 신성장동력산업 분야에서 서로 협력할 여지가 높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이 권역에 들어서면 울산 관점에서는 R&D 역량을 높이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이를 기초로 R&D 기반을 정비하고 고급 인력의 정주여건을 개선하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자체보다 훨씬 큰 간접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까지 울산은 한국경제 성장의 심장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 지역이 그대로 주저앉는다면 한국경제도 하나의 성장 축을 잃는 것이다. R&D 역량 때문에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산·대구·경북 권역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들어서는 것은 국가 경제 관점에서도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