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11월 북미지역에서 426만대 규모의 자발적 리콜이 시행된 이래로 도요타의 리콜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같은 도요타의 리콜 사태는 고품질의 명차라는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함으로써 일본 자동차산업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도요타가 그간 추구해온 엄격한 품질관리를 소홀히 하고 원가절감을 통한 저가생산에 치중해 온 점이 부각되고 있다. 게다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축소하거나 은폐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게 되었고, 이 때문에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까지도 여전히 도요타의 판매부진은 계속되는 가운데, 새로운 리콜이 이어지고 새로운 사안이 발생하는 등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장규모의 축소가 이루어지고 있었던 데다가 이번 리콜 사태를 겪으면서 도요타의 판매는 줄어들고 있으며, 대규모 리콜 조치로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늘려놓은 생산시설의 가동률은 더욱 부담스럽기만 하다.
반면, 도요타 리콜 사태로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각국의 경쟁업체들은 좋은 기회가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최근 현대자동차의 선전은 돋보이는 수준이다.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급격하게 줄어들지 않았으며, 오히려 최근 미국 시장 점유율은 많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시장 등의 판매 추이를 볼 때, 도요타 리콜 사태가 현대자동차에 직․간접적인 영향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지만, 현대자동차의 최근 성과가 전적으로 도요타 리콜 사태로 말미암은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경쟁업체들 가운데 유독 현대자동차의 선전이 두드러진 점에서, 그간 품질 및 디자인 개선 등의 노력으로 이미지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이처럼 현대자동차의 해외시장 판매 호조에도 울산의 자동차산업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향후에도 해외시장 판매의 증가가 울산의 자동차생산 증가에 크게 영향을 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는 점이다. 이미 현대자동차는 도요타와 마찬가지로 2000년대 접어들면서 해외생산규모를 급격하게 확장해온 바 있으며, 향후에도 계속 해외생산을 늘려나갈 계획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대자동차의 해외생산 확대 전략에 따라서 향후 해외시장의 판매 증가가 있더라도 해외생산으로 충당해나갈 가능성이 크다.
대량 리콜 및 판매 급감 등의 위기에도 여전히 도요타 자동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계속되고 있는 점에서 막연한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이와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해 보인다. 특히, 품질 중에서도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의 세심한 관리와 함께 소비자와의 신뢰관계를 유지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징적인 것은, 최근의 해외생산 규모의 확대가 계속되면 울산의 자동차 수출을 감소시키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향후 수출 감소가 이어지게 되면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내수확대가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생산위주의 현재 구조로는 울산 자동차산업의 장래는 다소 어두워 보인다.
현재로서는 울산의 자동차산업을 보다 고부가가치화하는 전략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부족한 연구기능의 확충은 물론, 핵심 고부가가치 부품의 생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부족한 부분은 역외로부터의 유치를 위한 노력 등이 필요해 보인다.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향후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형 자동차에 대한 울산의 선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미래형 자동차는 핵심기술의 유출,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의 이유로 국내의 생산기반하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지역 자동차산업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