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기본적으로 수급의 불균형 상황에서 투기자본의 유입, 달러화의 약세, 지정학적 불안요인 등이 복합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의 급등 현상을 초래한 것은 무엇보다도 투기자본의 상품시장 유입이 있었기 때문이며, 여기에 최근 지정학적 불안요인이 가중된 점은 이를 부채질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뚜렷한 사태의 진전 기미가 엿보이지 않는 현 상황에서 당분간 원자재 가격 상승 추세는 지속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투기자본에 의한 거품 붕괴 시 급락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저 원자재 가격시대로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으로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울산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이른바 3대 주력산업의 집중도가 매우 높은 특징을 보이고 있으며, 이들 산업은 원자재 사용비중이 높아 최근의 원자재 가격 상승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별 특징에 따라서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은 각기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생각된다.

  자동차산업은 철강과 석유, 조선산업은 철강, 석유화학산업은 석유 원자재의 사용이 많은 업종이다. 중간투입의 비중으로 볼 때, 자동차산업은 철강과 석유의 수요가 특히 많은 편이나 다양한 원자재들이 함께 사용되고 있어 특정 원자재 가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특징이 있다. 조선산업은 주로 철강의 수요가 많다고 할 수 있으나 재료비의 비중이 높지 않은 점이 특징적이다. 석유화학산업은 석유를 소재로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특히 석유의 수요가 많은 산업으로 유가 상승에 따른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 특징이 있으며, 또한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으로 석유에너지의 소비도 많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업종은 석유화학산업으로, 상대적으로 자동차산업과 조선산업은 피해가 적을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품목은 석유로 이를 원자재로 사용하고 있는 석유화학산업의 채산성 악화 우려가 있다. 자동차산업은 다양한 소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특정 원자재 가격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조선산업은 철강과 같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겠지만, 재료비의 비중이 크지 않고 국내 업체의 경쟁력 등을 고려할 때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며, 오히려 상반기 동안 고환율의 수혜 덕분에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피해가 적은 산업이라고 할지라도 장기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한다면 경기침체의 우려도 있으며, 이에 따른 제품 수요의 감소로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된다면, 산업 전반에 있어서 제품 수요의 감소에 따른 전반적인 시장규모의 축소 등은 우려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위기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기회 요인도 존재한다. 특히 유가와 관련하여 자동차산업은 중․대형차 시장의 축소가 우려되지만 경․소형차 시장은 확대 가능성이 있기도 하며, 하이브리드, 수소자동차 등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 양산을 앞당기게 될 수도 있다. 조선산업은 신조선 수요의 감소가 예상되기도 하지만 자원개발 유인으로 작용하면 해양플랜트 분야의 신규 수요 확대 가능성도 있다. 석유화학산업은 구조조정의 기회이자 고부가가치화로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고유가 등 고원자재 가격시대의 극복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원가절감 및 기술개발 등의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공공적인 대응방안의 마련도 요구된다. 원가절감은 가장 중요한 단기적인 대응방안이며, 장기적으로는 기술개발을 통한 고에너지효율 및 고부가가치화를 통해서 극복해나갈 필요가 있다. 고유가 등 고원자재 가격 충격은 개별기업만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공공적인 부문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며, 시장의 기능을 보완하는 공공부문의 대응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나아가서는 산업의 구조조정과 새로운 분야의 신규투자 등을 통해서 수익성을 개선하고 시장을 선도해나가는 방향 설정이 요구된다. 즉, 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서 비용구조를 개선하고 수익성을 강화해나가며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서 시장의 확대가 기대되는 새로운 분야의 신규투자로 시장을 선점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고유가로 피해가 큰 석유화학산업은 기초소재산업으로서의 국가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전략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