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인공지능 기술을 중심으로 유례없는 디지털 전환의 물결 속에 살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정부가 제공하는 행정서비스 분야에도 불고 있다.
최근 영국의 앨런튜링연구소에서 발표한‘1억 4,300백만 건의 영국 정부 거래 자동화를 위한 AI의 잠재력 측정(AI for bureaucratic productivity: Measuring the potential of AI to help automate 143 million UK government transactions)’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국의 중앙정부 업무를 인공지능(AI) 기술로 자동화하면 행정조직의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영국 중앙정부 내 57개 조직이 약 400여 개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간 약 10억 건에 달하는 대국민 업무가 처리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중 약 1억 4,300백만 건의 업무가 복잡하고 반복적인 업무로 파악됐으며, 반복적인 업무 중 84%는 AI 기술을 통해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작업 분류, 서비스 검토 및 서비스 작업 자동화(AST) 지수 계산을 포함하는 구조화된 접근 방식에 따라 행정 업무 거래의 자동화성을 측정했다. 그 결과, 정부 서비스의 상당 부분이 AI 기술을 통해 자동화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공공 요청에 대한 응답, 사례 관리, 기록 유지 등의 업무가 AI 기술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I 자동화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이점으로는 정부 업무의 효율성 향상, 비용 절감, 국민 경험 개선, 정부 서비스의 정확성과 일관성 제고 등이 있다.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업무를 AI가 처리함으로써 공무원들은 전략적이고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또한 AI 자동화를 통해 인력 투입을 줄일 수 있어 정부 예산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AI 기술로 인해 정부의 행정서비스가 국민 중심적으로 개선되면서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AI 기술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오류와 편향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연구는 영국 중앙정부의 일부 행정 서비스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다양한 정부 부문, 지방정부, 보건 서비스, 경찰 등 다른 정부 부서의 업무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정부 서비스에서 AI 기술이 동일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또한, 연구 범위가 온라인 서비스에 국한돼 있어 오프라인 서비스나 다른 형태의 서비스는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AI 기술이 정부 운영 분야에서 상당한 잠재력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본 연구의 내용을 바탕으로 지방정부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면, 지방정부 또한 AI 자동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정부가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중에는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업무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기술을 도입해 이러한 업무를 자동화한다면, 직원들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비해 주민들과 더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고 있다. 따라서 AI 기술을 활용한다면 주민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주민 만족도가 높아지고, 지역사회와 지방정부 간의 신뢰 관계도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행정 업무의 AI 자동화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와 인력 교육 등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투자는 지방정부의 운영 효율성 향상과 대민 서비스 수준 제고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AI 기술이 지니고 있는 혁신적 잠재력을 인지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적절한 투자와 체계적인 계획을 통해 행정서비스의 AI 자동화가 실현된다면, 지방정부는 주민들에게 한층 더 향상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지역사회의 발전과 번영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김상락 울산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