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레고(LEGO)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블록 장난감이다. 어렸을 때 한번쯤 가지고 놀았을 레고 장난감은 원하는 모습으로 다양하게 창작할 수 있어 인기다. 창작뿐만 아니라 블록 장난감 특성상 정해진 설명서를 따라 하면, 여러 규격화된 모습을 쉽고 빠르게 조립도 가능하다. 이러한 레고의 특성처럼 집도 규격화시켜 빠르게 제작해 단가를 줄인 주택들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른바 모듈러 주택이다. 모듈러 건축 주택은 기본 골조를 비롯해 전기 배선, 현관문 등 집의 70~80%를 공장에서 미리 만들고 주택이 들어설 부지에 운반해 조립 설치하는 방식이다. 공사기간이 줄어들고 비용도 낮고, 자재의 재활용이 가능하다. 철거 또한 빨라 조립식 주택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최근 건설업계는 원자재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의 증가로 효율적인 주택 건축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책 가운데 하나가 차세대 건축공법인 '모듈러 건축'이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268억원에서 올해 2,500억원으로 늘어났다. 오는 2030년에는 약 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해외의 경우, 지난 2022년 기준으로 약 120조원 규모를 형성했다.
세종·용인 등 모듈러 공공주택 건축
국내 대형 건설사들도 모듈러 시장 선점을 위해 뛰어들고 있다. GS건설, 포스코,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이미 모듈러 시장에서 준공을 했고, 삼성물산, KCC건설 등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모듈러 주택는 전국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전남 구례 귀농귀촌 단독주택단지 '돌오마을'은 국내 최초의 모듈러 공법 단독주택단지로 알려져있다. 경기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은 국내 13층 규모로 최고층 모듈러 주택이다.
국토교통부는 모듈러주택의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연간 3,000가구 규모의 모듈러주택을 공공발주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울산에서도 대학생 및 신혼부부 등 청년공공주택의 대안책으로 모듈러 주택을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울산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 이주영 연구위원은 울산도시환경브리프를 통해 정부기조에 맞춰 울산도 소규모 맞춤형 모듈러 공공주택 도입을 제안했다.
울산시 소규모 공공주택 공급 현황에 따르면 60㎡ 이하의 소규모로 건설되는 행복주택은 2015년부터 주로 LH에 의해 울산지역에 공급됐다. 2020년 이후 울산시 및 울산도시공사가 행복주택을 공급해 지자체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울산시는 청년계층에게 교통이 편리하고 편의시설이 갖춰진 도심지 내 보금자리를 공급하기 위해 청년희망주택 공급정책을 추진, 올해 6곳 설계를 시작으로 현재 4%인 공공주택 비율을 1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경기 용인 영덕 모듈러 행복주택. 울산연구원 제공
정부, 2030년까지 연 3천가구 발주 계획
하지만 청년공공주택은 도심지 내 소형 평형대의 평면 구조와 소규모 단지 형태로 건설돼 청년 맞춤형 주거시설의 표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대안책 가운데 하나가 모듈러 주택이다. 또 국내 건설현장의 전문 인력 해소를 위해서라도 모듈러주택 적용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주영 연구위원은 "모듈화 주택을 적용하면 현장건축 소요 기간이 짧아지고, 날씨의 영향에 받지않는 모듈화 주택 특성상 맞춤식 건축이 가능해 규모가 작은 주택에 적합하다"며 "이에 청년층 주거수요를 빠르게 대응 가능하다. 이러한 차세대 건축 공법 도입으로 지역건설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차세대 건축 기술 긍정적 접근 필요"
다만 이 연구위원은 모듈러 주택에 대해 심리적으로 거부감을 가질수 있어, 점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철골, 목재 등이 주로 사용되는 조립식 주택의 특성상, 콘크리트 건물보다 소음, 진동, 화재 다소 취약할 수 있어 주거인이 장기적으로는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아직 정착 단계인만큼 점차 모듈러 건축 기술이 발전되면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다"며 "이러한 모듈러 공공주택 도입을 제안한 이유는 국가가 여건을 만들고 있는 만큼 우리도 관심을 가지자는 취지다. 모듈러 주택과 관련된 많은 재료가 개발 중이라 향후 이를 긍정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승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