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인복지법(1981년 제정)은 노령연금 수령 나이를 '65세'로 규정하고 있다. '65세'를 노인으로 보는 기준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기준이다. 1890년대 독일의 사회보험제도에서 정한 나이 기준을 UN, OECD 등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인 까닭이다. 노인복지법 제정 당시 기대 수명은 66.1세였다고 한다. 통계청 발표 '2021년 생명표'상 신생아의 기대수명은 83.6세이다. 지난 40년 동안 기대수명도 17.5세 증가했다는 것이다. 하물며 130년전 독일 비스마르크 시절 제시된 노인 기준이니 이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노인연령 상향에 대한 논의는 2012년 말, 이명박 정부에서 공식화한 바 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대한민국 중장기 정책과제'를 발표하면서 고령자 기준을 '70~75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당시에도 연령 상향에 앞서 더 일 할 수 있는 여건 개선이 먼저라는 이유로 추진되지 못했다. 노인기준 연령 상향 조정 논의는 국제적으로도 주요 이슈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연령기준을 높인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유럽이나 미국은 물론 일본이나 싱가포르 등 장수국가를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올해 초만해도 노인연령 기준 상향과 관련된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가 됐다. 서울시와 대구시의 지하철의 무임승차 문제를 계기로 '노인연령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제기된 것이다.
지하철 무임승차는 1980년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만70세 이상 고령자에게 요금의 50%를 할인해 주는 것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이후 1984년 노인복지법을 근거로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는 만65세 노인들에게 무임승차 혜택을 줬다. 현재는 지하철에만 무임승차제도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시민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구시는 2024년부터 도시철도 무임승차 연령을 만70세로 상향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3월에 관련 조례도 통과시켰다. 서울시는 여전히 이 문제를 놓고 논쟁 중인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적자에 시달리는 부산, 대전 등 여타 지자체들은 정부가 시작한 복지제도이니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를 단순히 '70세'로 올리면 해결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당수가 '70세'가 되면 같은 문제가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에 대한 적절한 준비 없이 고령화시대를 맞았다는 지적이 많다. '노인연령 기준 상향' 문제만 보더라도 정부 재정문제를 포함해 국민들의 노후안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갑론을박 중이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정년연장을 포함한 일자리 문제, 노인부양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 등 사회시스템 전반에 걸쳐 검토되고 논의돼야 한다. 그리고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사회적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인 초고령사회에 대한 대응이 이뤄지는 것이다.
앞으로 '경로우대 축소와 재정적자' '연금개혁 및 정년연장' 등을 중심으로 치열한 논쟁이 이뤄질 것이다. 또한 도시와 농촌지역, 산업구조, 인구구성 등 지역별 차이에 따라 논의의 양상은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울산은 지하철이 없다보니 당장은 '지하철 무임승차'논란에서 비켜서 있다. 그러나 머지않아 울산지역에도 트램이 운영될 것이다. 또한 노인문제는 곧 국가적 이슈에서 지역의 이슈가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를 포함해 서울, 대구 등 타 지자체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 지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은규 울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