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살면서 우리는 잔소리를 하기도 하고 듣기도 한다. 잔소리를 어학사전에서는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는 말’,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하는 말’로 정의한다. 잔소리는 한마디로 듣기 좋은 말이라기보다 듣기 싫은 말이다. 잔소리를 사소한 것을 문제시하거나 흠을 잡아내는 말과 같은 뜻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잔소리는 주로 부모나 부부와 같은 친밀한 관계로부터 듣게 된다. 잔소리는 듣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반응이 나타난다. 어떤 사람은 잔소리를 수긍하고 변화하려고 애쓰지만 어떤 사람은 자신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공연한 문제 제기로 여기기도 한다. 잔소리를 사랑의 증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과의 사랑을 파괴하는 치명적인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 쉽지만 돌이켜 보면 잔소리는 은연중에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크게 영향을 미쳐왔다. 잔소리는 손쉽게 사람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교육의 영역이다. 교육학은 자극과 반응을 적절히 통제해서 교수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으로부터 출발했다. 우리는 일생을 잔소리와 같은 외부 자극을 통해 학습하고 성장해왔다.
잔소리가 효과적인 교육이 되려면 원칙이 있다. 먼저 잔소리는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사랑이 바탕이 되지 않은 잔소리는 폭력이다. 잔소리도 사랑이 느껴지는 표정과 부드러운 말투로 해야 효과가 있다. 두 번째, 명백하고 뚜렷한 잘못에 대해서만 지적해야 한다. 모든 행동에 대한 지나친 간섭은 문제가 된 행동조차 수정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의존적인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세 번째,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일관되고 명확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변하거나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으면 혼란만 초래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존감을 손상하는 말이나 상처를 주는 말은 피해야 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잔소리는 잘못된 행동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손쉬운 수단이다. 잔소리는 일반적으로 짜증스러운 말투와 표정을 동반하기 때문에 불쾌한 자극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불쾌한 자극을 교육학에서는 ‘벌(punishment)’이라고 한다. 벌은 대부분 부적절한 행동을 감소시키기 위해 사용된다. 그러나 벌은 인간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일시 억제하는 효과는 있어도 근본적인 행동수정에는 큰 효과가 없다. 오히려 잘못된 행동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기보다 상황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
잔소리를 많이 듣고 자란 아이는 자존감이 낮게 형성되어 누군가에게 쉽게 그루밍(groom ing)과 같은 심리적 지배를 받기 쉽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이기보다는 수동적인 인간이 될 가능성 또한 높다. 일반적으로 행동수정은 나쁜 습관을 버리는 것보다 좋은 습관을 쌓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인간의 행동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잔소리보다 따뜻한 말과 칭찬이다. 긍정적인 학습경험은 가까운 사람들의 따뜻한 말과 칭찬에서 움튼다. 이처럼 긍정적인 자극이 의식 속에 쌓이면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하게 되고 자존감(self-esteem)은 높아진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부족한 것을 숨기려 하지 않고 자신의 문제를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기에 타인의 실수나 약점을 파고들지 않는다.
내면의 기쁨과 만족감을 가질 때 행동은 지속되고 그것은 습관이 된다. 습관은 성품의 씨앗이 되고 성품은 운명의 씨앗이 된다. 친밀한 관계에서 쉽게 내뱉은 말이 소중한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
신기왕 교육학박사·울산연구원 책임교육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