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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애 전환기의 교육(신기왕 박사 기고문)
언론사 울산제일일보 조회수 944
작성일 2023-08-24 게재일자 2023-08-24

http://www.uj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332385

 

영화 어나더 라운드는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는 흥미로운 가설에 대한 실험을 다룬 내용이다. 네 명의 중년의 친구들은 술을 마시고 난 뒤 대담해졌고 일상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 졸업 면접시험에서 떨고 있는 학생은 교사가 물병 안에 담아온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용기가 생겼다.

 

이 영화는 술을 소재로 삼았지만 매사 의욕은 떨어지고 자신감도 없어지는 중년기, 경쟁 사회의 첫발을 들여놓는 청년 시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영화는 중년의 삶의 무게청년의 실패 가능성을 대비시키면서 일생에서 전환적 변화를 겪는 시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인간의 생애 중 가장 전환적 변화가 큰 시기는 사춘기와 갱년기이다. 사춘기와 갱년기에는 호르몬의 변화에 대한 신체의 적응과정에서 여러 증상이 발생한다. 육체적, 정신적 변화가 많이 언급되고 있지만, 발달과업(發達課業)에서의 변화 또한 크다.

 

사춘기는 성인으로서 새로운 사회적 요구와 역할 변화를 겪게 되는 시기로 불안과 방황을 겪게 된다. 갱년기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두려움,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불안과 고독함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동안 태풍이 몰아쳐 오듯 불안과 고독, 불만과 회한이 휘몰아친다.

 

이 영화에서 네 명의 친구들은 무기력하고 단조로운 일상을 술을 통해 벗어나려 했지만, 오히려 난동을 피우거나 길거리에 쓰러져 잠들기도 했고, 심지어 죽음을 맞이하기도 했다. 이전과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한바탕 태풍이 지나간 뒤 주인공은 자신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영화의 결말에서 학생들은 졸업 퍼레이드로 흥겨워하고 주인공은 그 속에서 함께 춤을 춘다.

 

전환의 시기는 이처럼 불안하고 고통스럽지만 인간이 한 단계 성숙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교육학자 메지로(Mezirow)는 인간의 인식 변화를 위한 최고의 환경은 죽음이나 실직과 같은 혼란이 있는 환경에 대한 노출이라고 했다. 전환의 시기에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성찰하는가에 따라 삶은 달라질 수 있다.

 

성찰(省察)’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의 마음을 반성하고 살피는 것이다. 전환의 시기에 자신의 문제를 자신이 아닌 타인에서 찾는다면 절망의 늪으로 빠지게 되지만 자신을 되돌아보고 문제를 수용하면 지혜를 갖게 된다.

 

일생에서 전환적(transformative) 변화를 겪는 시기는 일생을 통해 누구든지 한 번쯤 마주하게 된다. 전환적 시기는 다른 어떤 시기보다 불안과 상실감이 커지지만 그만큼 자신을 성찰하고 되돌아보며 새로운 의미를 찾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영화에서 삶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견디는 것이며 그것이 우리가 실존한 이유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교육은 결국 인간에 대한 존재의 가치와 존엄을 깨닫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삶의 본질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의 교육 안()에는 포함되어있지 않다. 많은 저명한 보고서들은 오늘날 우리의 교육이 개인적 성공과 국가 발전의 가치를 강조하고 기능주의 교육, 도구적 학습에 치중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청소년기 교육은 진학과 취업에 집중되어 있고, 중장년을 위한 평생학습은 취미, 여가 프로그램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영적이고 실존적인 참된 자아를 위한 프로그램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감각적이고 즉흥적이며 물화(物化)된 사회로 가는 데 교육이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은 우리의 삶의 본질을 채워가는 과정이다. 교육심리학자인 에릭슨(Erikson)은 인생 주기에 걸쳐 갖게 되는 여러 정체성의 마지막 단계로 자아통합을 제시했다. ‘자아통합은 자신의 유일무이한 삶에 대한 수용이다.

 

, 지금의 고통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평생교육 차원에서라도 삶의 질서와 삶의 의미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프로그램, 명상 프로그램이나 피정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것을 고려해 봄직하다.

 

신기왕 교육학박사·울산연구원 책임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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