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이 지나갔다. 요즈음은 기상에 대한 많은 정보의 수집과 분석방법이 발달돼 태풍이 접근하기 전부터 경로나 피해 가능지역, 영향 정도 등에 대한 사전 정보가 많고 과거의 많은 재해에 대한 경험으로 여러 분야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재해가 발생했을 시점에는 기상분석, 지형·하천 등 자연환경 파악, 방재시설 정비 등의 준비가 필요하고 평시에는 여러 분야에서의 예측, 대비, 연계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재해에 대한 피해는 자연환경에 인간의 개발행위가 더해짐으로써 발생하기 때문에 방재정책은 도시계획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고, 중요한 부분이다. 토지이용의 효율성 확보를 위해 자연형 하천길을 변경하고, 둑을 쌓기도 하며, 산지지형을 절개하거나 해안선을 변경하고, 개발수요에 대응해 고층건물을 수변 또는 경사지에 건축한다. 도시개발이 계속되고 인구와 도시기능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재해가 증가하며, 이러한 도시개발의 가속화는 지구온난화로 이어져 다시 재해의 강도와 빈도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재해안전성 확보 측면에서 종합적 도시계획의 수립과 체계적인 도시개발이 매우 중요하다.

토지의 개발과 도시기능의 유입,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도시공간을 개발하기 위해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도시 전체의 발전방향을 반영하고 거주·활동할 인구 규모와 세대수를 계획하며 도입할 산업기능의 입지를 결정하고 상업·문화·복지·교육·녹지시설 등 정주시설을 계획한다. 이와 함께 재해환경의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하며 방재시설을 설치한다.

이렇듯 도시계획은 도시의 발전방향과 성장, 인구의 유입, 산업의 유치와 같은 사회경제적 계획과 시설개발이 가능한 토지의 확보, 도시기반시설 설치와 같은 물리적 계획, 산림·녹지·하천 등의 환경계획, 재해안전성 확보를 위한 방재계획, 문화·복지·교육 등의 공공행정계획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제도적 개념을 보더라도 도시계획은 국토전체의 발전방향을 반영하고 도시의 토지이용, 개발 및 정비, 개발제한, 도시시설 등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함으로써 도시의 여러 기능을 원활하게 영위하고 주민을 위해 안전하고 양호한 생활환경을 확보하며 미래의 도시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계획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히 도시계획은 지역민의 삶의 질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공공부문의 역할이 매우 큰 분야이며, 합리적이고 종합적인 계획 과정 속에서 정책의 대안 설정과 수단 규명, 집행 단계별 여러 관점에서의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고, 여러 주체의 협상과 상호 절충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역할을 하는 공공분야의 도시계획가는 물리적 계획과 사회적 계획을 포괄하고 대안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며, 정책 결정자에게 근거 있는 설명 능력과 사회적 가치실현에 대한 가치관을 가질 수 있는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도시형성 초기 단계의 지역은 물리적 도시환경 확보가 중요하고 인구구성 및 사회경제적 여건이 비교적 단순하나, 현재의 울산과 같이 도시의 규모가 커지고 도시가 성숙단계가 될수록 도시의 성장관리, 노후화지역의 정비, 신규개발지역과 기존지역과의 조화, 다양한 인구구조의 반영, 융복합화된 경제산업정책 등 도시계획 수립에 있어 반영해야 할 부분이 매우 다양해지며, 이에 대해 종합적 검토가 가능할 수 있도록 공공도시계획 분야에서의 전문성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재해예방이 단순히 방재시설의 설치가 아닌, 도시개발과 긴밀히 연계해 여러 관점에서 다각적 검토에 의해 방재적 기반 하에 토지를 계획하고 시설을 배치해 편안하고 안전하며 쾌적하고 살기좋은 도시조성이 가능하도록 도시계획 수립에 행정적 전문성 확보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이주영 울산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 연구위원·도시계획기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