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긴장으로 인한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오는 '유스트레스(Eustress)'라는 스트레스도 있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스트레스는 대부분 부정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디스트레스(Distress)'를 의미한다.
실제로 유스트레스는 원하는 곳에 취업이 되었거나 승진했거나 급여가 오르는 등 만족스러운 감정적 반응 현상이니 사회문제가 될 게 별로 없다.
문제는 일상의 평온한 심리적·정신적 균형을 깨뜨리는 디스트레스인 셈이다. 통계조사에서 사용되는 스트레스 조사는 '디스트레스'를 의미한다.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에 의하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사람들의 44.9%는 전반적인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 스트레스를 느끼는 정도가 클수록 음주횟수가 많아지는 것도 눈에 띤다.
결국 스트레스는 음주로, 음주는 건강상태 악화로 이어지면서 정신적 건강과 함께 신체적 건강까지 악영향을 주게 된다.
울산시민은 전반적인 생활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전국 평균보다 높은 46.1%로 조사되었다.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느끼는 연령대는 30대로 53.1%가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39.5%가 스트레스를 느끼고 여성은 53.1%가 전반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가운데 스트레스를 느껴 성별로 상대적으로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민이 가정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는 38.2%로 나타난다. 성별로는 여성들의 가정에서의 스트레스는 46.4%, 남성들의 가정에서의 스트레스는 30.7%로 역시 성별로 차이가 있어 보인다.
울산시민이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는 65.3%로 이는 전반적인 생활이나 가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보다 상당히 높다.
결국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는 일상 생활은 물론 건강 상태에도 영향을 주고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전체 요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기도 한다.
전반적인 스트레스 비율은 이러하지만 실제로 살면서 스트레스 한 번 안 겪어본 사람 없을 것이다.
흔히 '스트레스 해소'라는 방법이 '숙면과 충분한 휴식', '규칙적 식사', '적당한 체중 유지를 위한 섬유질이 포함된 음식 섭취', '취미·오락 생활 즐기기', '적극적 대인관계', '즐겁게 생활하기' 등으로 소개한다.
사실 스트레스로 인해 잠이 안 오고 식사가 불규칙하며 포식하기도 하고 취미나 오락을 즐길 마음이 사라지게 되며 대인관계를 멀리하게 되는데 도대체 어떻게 즐겁게 생활하라는 말인가? 스트레스로 인한 결과를 마치 원인처럼 이야기하니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듯한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우스갯소리지만 이런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것에서 오히려 사람들이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조사를 하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방법을 제시하여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여러 가지 노력은 개인의 스트레스가 결국 사회문제로 이어지는 결과를 먼저 예방해 보려는 의도에서다.
스트레스가 일상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은 특정 사람만 겪어본 일은 절대 아니기 때문에 쉽게 공감할 것이다.
심할 경우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같은 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일탈행위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극심한 정신적 고통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사람도 생긴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간 우리는 스트레스를 너무 개인적인 것으로만 치부한 경향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차원이 결코 아닌 제도적인 문제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라면 제도를 고치고 바로 잡아야 한다.
지금 우리가 겪는 주변 상황과 결부해 스트레스를 바라보고 해소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원래 취지와는 달리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제도·법·관행 때문인 것은 아닌지, 규칙·규정·절차에 하자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목적과 수단이 서로 뒤바뀐 것은 아닌지, 흔히 말하는 일방에게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것이 존재하지는 않는지,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스트레스의 결과를 치유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해 보인다.
이재호 울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문화사회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