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어떤 지방자치단체든 자기 지역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딱히 언제부터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겠지만 21세기를 열면서 '문화의 세기'가 유행처럼 번지게 되면서부터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방자치단들은 과거에서 현재까지 자신이 속한 지역이 다른 지역과는 확연히 달라 차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 아이템들을 찾아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하는 전략을 펴 왔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분명 바람직한 접근 방법 가운데 하나임에 틀림없다.
자신이 속한 지역 주민의 욕구를 충족하면서도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소재와 주제로 지역 이미지를 구축하는 전략은 문화가 추구하는 심미적 목적과 경제적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21세기가 시작되면서 '지속가능한 도시'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말은 현재까지도 도시가 추구하는 목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과거부터 현재로, 그리고 꾸준히 미래로 도시가 성장하고 발전해 사람들이 모여 사는데 불편함이 없는 도시, 미래 세대가 누릴 수 있는 행복하고 안전한 도시, 그러한 도시가 바로 '지속가능한 도시'의 주된 요소다. 이러한 도시, 지역을 만들기 위해 도시와 지역은 저마다 세부적인 전략을 마련하고 구체화하고 정책을 실행해 오고 있다.
도시의 성장, 발전, 그리고 유지라는 선순환 고리의 밑바탕에 문화가 함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그 전략 마련은 이를 다루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많고 매체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어떤 전략도 마찬가지겠지만 결국 성공의 요건은 '어울림' 내지 '융합'에 있다. 사람, 장소, 프로그램의 세 박자가 맞아야 하고 시민과 정책의 '의지'가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 문화에 대한 '정책 의지' 못지않게 시민의 '문화 하려는 의지'도 같은 비중이어야 한다.
그래서 강조하는 것이 '소프트웨어 인프라'다. 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해가 없는데 문화를 소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유명한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배경이 되는 지식이 필요한 것이 그 하나의 예다.
'정책 의지'로 시설을 갖췄다고 해서 저절로 문화가 소비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 '문화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고 문화와 교육이 연계돼야 한다. 재미가 덧붙여진다면 효과가 배가 될 것이다. 교육과 게임의 어울림으로 문화가 일궈지기도 한다. 그리고 기술이 여기에 덧붙여지면 효과는 제곱 배가 된다. 지역이 가진 유산을 가상 현실을 입혀 생생하게 눈앞에서 구현하게 되면 기술, 교육, 게임, 문화가 융합한 새로운 '어울림' 장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른 분야와 요소를 결합해 소비되는 경향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닐 만큼 현실화된 상태다. 이제 또 다른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 내고 장르 결합과 조화를 찾아내는 것이 미래의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기 위해 필요한 필수 내용이기도 하다.
21세기가 시작되면서 화두가 됐던 '문화'라는 단어는 이제는 누구나 인식하고 있고 정책에서 없어서는 안 될 단어가 됐다. '문화'야말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스스로가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은 현재를 넘어 미래에도 계속 유효할 것이다. 문화의 흐름은 결코 한 쪽 방향으로만 전개되는 것이 아니다. 문화적 요소가 기반이 되는 지속가능한 도시는 여러 부문이 융화되고 어우러진 성격을 지녀야 성공할 수 있다.
이재호 울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