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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기왕의 평생교육 Letter] 사교육과 방과후학교 (기고문)
언론사 울산제일일보 조회수 940
작성일 2023-06-23 게재일자 2023-06-23

http://www.uj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329148

 

지난 3월 공개된 2022년 사교육비 지출은 전년도 대비 10.8% 증가한 역대 최대로 조사되었다. 최근에 국민적 이슈로 부상한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이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핵심적 사회문제의 하나로 부각한 지는 오래다.

 

우리 사회에서 사교육 수요를 촉발하는 요인은 일차적으로 사교육 효과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생각에 기인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사교육이 성적 향상에 효과가 있고, 사교육으로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대학 진학은 그 이후의 취업과 소득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사교육이 자녀의 미래를 위한 가장 효율적 투자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성년이 된 아이를 둔 부모들은 입시 사교육에 대한 투자가 비효율적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사교육의 효과가 일부 학생에 국한된 것이고 큰 효과는 없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경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학부모 대부분은 사교육이 미래를 위한 효과적인 투자라고 생각한다. 자녀의 사교육에 대한 지출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유이다.

 

사교육 문제를 극복하려는 대책이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었던 때는 이명박 정부 시절이다. ‘사교육비 절반을 공약으로 제시했고,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한국교육개발원에 사교육비절감센터를 설치했다. 그 결과 2011년 사교육비 조사에서는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사교육비가 전년 대비 3.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의 사교육비 절감 정책의 핵심은 공교육 내실화와 방과후학교 활성화로 요약된다. 방과후학교 활성화 덕분에 사교육 수요를 방과후학교가 일정 정도 흡수하면서 사교육비 감소 효과로 이어진 것이다.

 

방과후학교는 노무현 정부 시절 학교 수업의 보완적 형태로 운용되던 특별활동을 정책적으로 통합, 확대하면서 시작되었다. 방과후학교의 주요한 목적의 하나는 사교육비 경감이었다. 인간의 욕망은 타인보다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더 좋은 직장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사교육을 통해 이러한 욕망을 채우려고 한다. 사교육은 이러한 교육 소비자의 선택을 통해 수요와 공급이 조절되는 교육영역이다. 교육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공급자는 사교육 시장에서 소멸한다. 사교육이 공교육보다 경쟁력을 유지하게 되는 동력은 이러한 시장원리가 가장 잘 작동되기 때문이다.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방과후학교 활성화 정책은 학교 밖에서 수행되는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 학교 밖의 우수한 프로그램이 방과 후에 개설될 수 있도록 했다. 이명박 정부의 방과후학교 활성화 정책은 사교육 절감에 일부 효과가 있었으나 이후 방과후학교 업무가 중앙정부가 아닌 지역교육청 업무로 전환되면서 정책추진력이 약화했다. 필자는 이명박 정부 당시 한국교육개발원의 사교육절감센터 팀장으로서 관련 연구와 정책사업을 수행한 바 있다.

 

방과후학교는 교육 소비자의 선택이라는 시장적 가치와 학교 교육의 공공성과 형평성이라는 공공적 가치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이질적인 두 가치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면 커다란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지만 두 가치가 충돌할 때는 학교 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이러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방과후학교는 개인의 선택을 공적 영역으로 흡수하여 정책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고질적 사교육 문제를 극복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학교가 개인의 욕망에 기인한 선택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지는 않지만 수용할 필요는 있다. 이번 기회에 방과후학교가 사교육비 경감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신기왕 교육학박사, 울산연구원 책임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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