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 검찰에 체포되어 수감되는 장면이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멋진 흰색 패딩을 입고 있는 사진이 퍼지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매우 정교하게 꾸며진 이러한 이미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했다. 대중을 열광하게 만든 이 사진들은 사실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짜 이미지였음이 밝혀졌다. 이 사진의 진위(眞僞)는 쉽게 가려질 수 있어서 파문도 쉽게 가라앉을 수 있었다.
이처럼 위조된 이미지도 문제지만 팩트(fact=사실)에 근거할지라도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마치 사실처럼 전달하는 것도 큰 문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검증이 필요 없는 1인 미디어가 날로 확산하면서 이제는 누구나 가짜뉴스에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가짜뉴스는 진짜 뉴스를 흉내 내기 위해 신뢰성 있는 방송이나 뉴스의 이미지나 형식을 차용하기도 한다. 가짜뉴스의 특징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극단적 표현을 사용하고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사회적 편견에 편승한다는 점이다. 가짜뉴스는 우리 국민이 역사적으로 쟁취해온 민주주의와 애써 쌓아 올린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구조를 망가트릴 수도 있다.
OECD의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에서 주관하는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는 만 15세 학생(중학교 이상)들을 대상으로 지식을 상황과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읽기, 수학, 과학 등의 기초적 능력에 대한 평가다. 이 평가에서 OECD 회원국 37개국 중 우리나라 만 15세 학생들의 성취도는 읽기 2~7위, 수학 1~4위, 과학 3~5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21년 OECD 보고서(21st-Century Readers)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은 읽기 수행에서는 OECD 조사대상국 중 상위권의 능력을 보인 반면, 주어진 문장에서 팩트와 의견(opinion)을 식별하는 능력은 25.6%로, 조사대상국의 평균 47%에 크게 못 미쳤다. 또한 ‘정보가 주관적이거나 편향적인지 식별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을 받았는가’라는 설문에서도 한국 학생은 49%만 답변해 OECD 평균 54%보다 낮았다. 이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학생은 읽기, 수학, 과학 등의 기초적 능력은 매우 우수해도 비판적 능력과 고차원적 사고 기능은 부족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디지털 기술은 누구나 손쉽게 위조된 이미지를 생산하고 객관적이지 않은 개인적 의견을 사실처럼 포장해서 전달할 수 있게 만들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른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은 ‘팩트’와 ‘의견’을 분별하는 교육이 필요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학생들에게 디지털 기술을 교육하는 데에만 주목했다. 하지만 디지털 기능을 습득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팩트와 의견을 식별하는 능력, 즉 종합적 사고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평생교육 차원에서도 신중년들이 컴퓨터와 디지털 기기를 다룰 수 있도록 ‘디지털 문해(Digital Literacy)’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신중년 세대 역시 작은 화면 속에 보이는 것들 속에서 팩트와 의견을 분별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기왕 (교육학박사, 울산연구원 책임교육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