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 고용근로자가 36만명,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소속된 노조조합원이 10만명을 넘는 도시가 울산시다. 전국적으로 노동조합 가입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지만 울산의 조합가입률은 아직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이런 울산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모두가 변변한 회관 하나 갖고 있지 않다. 여기다 울산의 노동현안이 수없이 반복, 발생했어도 이를 조율해낼 만한 협의기구도 작동되지 않았다.
노사정협의회가 있기는 있어도 1년에 한 차례 정도만 열리는 형식적 기구에 불과했다. 노사, 노정 충돌이 있을 때마다 대화나 타협보다 서로가 지쳐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강성투쟁과 공권력투입 등은 모두로부터 외면 받았다.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지 않고도 공동의 문제를 얼마든지 풀어갈 수 있는데 울산은 유독 이 부분에서 너무 허약했다. 이는 건강한 협의기구가 노사정 모두의 이해관계를 조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정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어느 일방에게만 책임을 떠넘길 일이 아니라, 모두가 고민하고 반성해야 할 과제다. 한국노총 울산본부가 여기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노사정 대토론회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각 주체별 생각을 호심탄회하게 털어놓고 공통분모를 찾아 나가는 고민을 해 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현재 우리 노동시장은 내외부로부터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정부는 기업체에 일자리를 늘여라 하지만, 기업은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경기흐름으로 선뜻 호응할 수가 없다. 그러면서 노동자 내부에서도 갖가지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등 같은 해묵은 과제만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양극화 등 숱한 난제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원론적인 처방만 내놓고 있을 뿐이고, 생산현장의 노사 주체는 눈치만 보며 허둥대는 형국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설 황진호 울산발전연구원 박사는 "중앙집권적 성격을 지닌 우리나라 노사관계를 분권화시키는데 기여하기 위한 지역 차원의 노사정 협력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밝힐 예정이다.
황 박사는 이와 함께 노사정협의회가 단순히 노사관계의 현안을 협의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의 중장기적 과제를 풀어 가는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 이 문제가 울산이 처한 최대 고민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산업구조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없는 만큼 미래 울산의 먹거리를 찾아 나서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 있다. 이를 위해서도 노사정은 이번 자리를 통해 상호대립이 아닌 협조적 파트너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