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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희 울산시 복지정책과 |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란 예로부터 사람이 살아가면서 치러야 할 큰 일을 뜻하는 말이다. 사람들끼리 만들어 가는 인륜상의 중요한 덕목인 관혼상제(冠婚喪祭)가 이에 속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엄숙한 의례식인 상(喪)이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시하는 일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은 반드시 겪어야 하는 것이 죽음이다. 요즈음 삶의 마지막인 죽음을 아름답게 준비하는 ‘웰다잉(well dying)’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고 아름다운 생의 마무리를 위한 웰다잉 전문지도사까지 등장하고 있다.
지난 9월 보건복지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평균 화장율은 67.5%로 전년도 65.0% 대비 2.5%증가했다. 이는 세명 중 두명 이상이 화장으로 장례를 치렀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00년 전국 평균 화장율이 33.7%로 10년만에 매장이 화장보다 두 배 많았던 것과 정반대 상황이다. 울산시는 2000년 화장율이 48.7%이고, 2010년 화장율은 77.7%에 이르고 있는데, 전년도 73.8% 대비 3.9% 증가하여 전국에서 세번째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울산발전연구원이 지난 5월 구·군별 인구 비례에 따라 추출한 19세 이상의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장례방식을 물어본 결과 90.6%가 화장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화장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자식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는 응답이 30.5%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부족한 묘지 23.8%, 자연환경 훼손방지 23.0%, 화장문화 자체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20.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장사문화는 과거의 매장에서 화장으로 급변하고 있다. 또한 저출산과 고령화, 핵가족화로 사후관리가 어려운 매장보다 화장을 선호하는데다 화장이 깨끗하고 위생적이라는 인식도 확산돼 앞으로 화장율이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에서는 지난 2008년 5월 26일부터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묘지 등 장사시설의 무분별한 설치로 인한 자연환경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자연친화적인 자연장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자연장(自然葬)은 화장한 유골의 골분(骨粉)을 수목, 잔디, 화초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 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 가족, 종중, 문중, 법인 자연장지로 구분하는데 신고 또는 허가를 받아 조성할 수 있다. 201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화장 이후 유골(遺骨)의 안치(安置)장소는 자연장이 40.0%, 봉안시설 32.7%, 산골 등이 27.3%로 나타났다. 앞으로 자연친화적이고 비용부담이 적은 자연장이 매장과 납골(納骨)문화가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미래지향적인 장사방법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동안 대자연의 섭리와 혜택으로 생존하고 있다. 우리 인간의 행복은 자연이 주는 것이며 우리는 그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고 자연에 감사해야 되는 이유일 것이다.
현재 울산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동구 화정동 소재 공설화장장은 1973년에 설치되어 노후화로 인한 유지·관리비용의 상승과 처리 능력이 한계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매장에서 화장으로 급변하는 장사문화수요에 대비해 전국 최초로 지역주민들의 자진유치신청에 의하여 울주군 삼동면 조일리 정족산 일원에 부지면적 9만8,000㎡, 건물연면적 1만3,453㎡ 규모의 종합장사시설을 내년 8월 준공을 목표로 건립 중에 있다. 주요시설은 승화원, 자연장지, 추모의 집, 장례식장 등이며, 장례에서 화장, 봉안, 자연장까지 원스톱 체제구축으로 이용시민들에게 최상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전국 최고의 최첨단, 자연친화적인 공원화시설로 조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화장문화와 자연장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장사제도를 개선하고 지자체는 시설관련 각종 안내정보와 시민 편의를 위한 장사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등 다양한 시책 추진이 필요하다. 또한 장사문화 개선 관련 교육과 홍보를 통한 범시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건전한 장사문화 풍토확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장사시설을 혐오시설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장사시설에 대한 미적 아름다움이나 공원화된 형태의 관리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나아가서는 이를 생태공원 또는 휴양림 등으로 조성해 관광자원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다함께 고민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