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들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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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울산발전연구원 4층 회의실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그동안 우리가 바쁘다는 핑계로 내쳐두고 있었던 은퇴자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토론의 장이 그것이다. 이날 최성훈 울산대 교수는 ‘울산지역 은퇴자들의 행복과 여가활동’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현재 느끼는 삶의 질 수준, 여가활동 양태, 여가활동 제약 원인 등에 대해 진단하고 토론이 열렸다. 울산발전연구원 부설 울산학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장에는 은퇴자 중심의 방청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가 나왔다. 주제발표 내용과 지정토론자들의 토론에서 평소 은퇴자들이 느끼는 문제점들이 조목조목 지적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이 같은 행사가 울산에서 거의 전무했다는 점에 비춰 적잖은 기대를 받았음인지 방청객들도 어느 행사장보다 많았다.
은퇴이후 나 홀로 생활을 하고 있는 노령인구가 그만큼 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예비 은퇴자들 역시 자신의 노후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같은 우리 사회의 정서가 이날 행사장에 모아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직장에서 조기퇴직을 한 은퇴자들일수록 고독감과 허탈감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예컨대 아직 대부분의 친구들이 현역 생활을 하고 있어, 마음대로 만날 친구가 없는데다 앞으로 남은 생활에 대한 걱정까지 겹쳐 칩거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은 회사가 자신이 없어도 너무 잘 돌아가고 있는데 따른 배신감이다. 직장생활을 할 당시에는 내가 없으면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될 듯 했고, 주변 동료와 후배들도 그렇게 행동했다. 그러나 막상 자기가 퇴직하고 보면 상황은 전혀 딴판으로 잘 돌아가고 있다.
그럼 나라는 존재는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에 봉착하게 된다. 이것이 자신에 대한 울분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의식을 상실하게까지 한다는 것이다. 여기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딱히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도 모르고 살아왔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끔씩 술도 마시고 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직장생활의 연장이었지, 은퇴 이후에도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이라고는 할 수 없다. 가족 부양과 회사만을 쳐다보고 살아온 베이비붐 세대들에게서 이런 현상이 한층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소위 말해 놀 줄 모르는 은퇴자들이다. 은퇴 이후에도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를 너무도 소홀하게 취급하다 지금의 은퇴자문제를 낳게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행사가 앞으로도 자주 열려야 하는 이유다.
입력 : 2011-08-29 21:12:59 ( 강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