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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어떤 곳인가? 울산에 몸 담아 살고 있는 시민들도 울산의 참모습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울산하면 바로 공단이 떠올랐다. 오랜 기간 사람이 살기 힘든 공해도시로 알려졌다. 노사분규의 메카로서 살벌한 전투적인 도시로 인식됐다. 나라 안팎을 가리지 않고 잿빛도시라는 이미지만 똬리를 틀었다. 다른 아무 것은 연상되지 않았다. 도시를 가로질러 푸른빛 감도는 강이 흐르고, 고산준령과 일망무제 바다가 자리잡아 물산이 풍성한 고장이었다. 당연히 까마득한 옛날로부터 사람이 터를 잡아 오순도순 공동체 생활을 해왔다. 인류 최초의 고래잡이를 나타낸 반구대 암각화와 나라 안 최초로 나온 환호(環濠)와 수전(水田) 유적 등이 증명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울산에서 살던 선조들의 의열정신은 청사에 빛났다. 나라가 외세의 침략에 위태로웠을 때에는 목숨을 바쳐 불의에 맞섰다. 임란 때에 울산 의병의 구국창의는 놀랍기만 했다. 7년 왜란을 끝내게 한 도산성 전투에서 활활 타올랐다. 일제강점기에 박상진 의사의 구국투쟁으로 면면히 이어졌다. 충절의 고장으로 불리게 했다. 울산의 찬연한 역사를 알 수 있게 하는 것들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울산을 제대로 알리는 일에 소홀했다. 어쩌다 필요할 때에나, 그것도 단편적인 일에만 치중했다. 기록문화가 부실한 탓도 있지만, 울산의 역사를 체계화시키고, 알리는 데에 앞장서야 할 대학이나 관련 연구단체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울산시를 비롯한 행정기관 또한 예산을 지원하고 독려해야 함에도 너무나 무관심하기만 했다. 다행스럽게도 숨길이 트이고 있다. 울산의 역사를 알려는 시민들의 관심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근래 울산을 알리는 '울산 택리지'와 '강과 사람-태화강 백리를 걷다'를 비롯한 출판물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는 울산박물관이 14년의 산고 끝에 문을 열었다. 울산의 역사를 체계화하고, 일반에 널리 알리는 작업에 오롯이 힘써야 할 때이다. 시민들이 제 고장의 지난 역사에 목 말라하고, 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욕구에 부응하는 것이 바로 박물관과 대학 등의 연구기관의 설립목적이 아니던가. 행정기관의 일관된 지원체제도 뒤따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 상호 협력 아래 울산학(學) 연구에 천착해서 울산 정신을 올곧게 세워야 한다. 울산이란 공동체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시대적인 사명이다.
울산학 연구는 거의 지역사에만 초점이 맞춰졌지만, 오래 전에 출발됐다. 당시는 인력도 부족하고, 역량도 모자라던 시절이어서 수준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지역사 연구에 평생을 바치며 울산학 연구의 물꼬를 튼 고(故) 현곡(見谷) 이유수(李有壽) 선생의 업적은 아무리 높이 쳐도 지나치지가 않다. 울산학의 주춧돌을 놓았으니까 말이다. 울산학 연구는 2006년 울산발전연구원에 울산학연구센터가 생기면서 새로운 계기를 맞았다. 울산이 경제력이 늘어나도 정체성을 정립하지 않고서는 미래발전을 이룩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울산학연구센터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6년째가 됐는데도 상임 인력이라야 2명에 불과해 거의 행정업무에만 매달릴 뿐, 내부 연구실적은 내지 못하고 있다.
매년 연구실적은 외부 연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공모(公募)를 통과한 연구과제물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 3월 출판된 2010년 연구실적물 6권 가운데 5권은 공모를 통해 이뤄진 것이고, 1권만 산하 울산학포럼이 만든 것이다. 문제는 연구과제를 결정하는 시스템이 공모방식으로 이뤄져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11명의 과제선정 및 심의위원을 두고 있다지만,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동안의 실적이 일관된 주제를 관통하고 있는 것이 아닌, 산발적인 주제로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실적물의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출판된 실적물의 글쓰기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문법과 어순에 맞지 않는 문장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울산학연구센터가 울산학 연구의 산실로써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구인력의 확충과 연구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연구과제를 시대상황에 맞춰 시의성과 필요성 등을 고려해서 선정할 수 있는 기획능력을 갖춘 인사들로 자문위원회를 만들고, 그들이 일관된 주제 아래 연구과제를 선정해서 확충된 내부 연구인력 또는 외부 인력을 골라 연구케 하도록 해야 한다. 울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달아오르고 있는 때에 울산학연구센터가 정착했으면 한다. 울산박물관 또한 울산학 연구기관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참다운 울산학이 빚어내는 올곧은 울산 정신이 그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