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발전연구원(원장 하동원) 부설 울산학연구센터는 2006년 3월 개소한 이래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목적으로 다양한 역사적·사회적·자연적 요인들의 실태를 파악해 왔다. 또한, 관련 자료의 수집, 유관기관의 협력체계 구축 등을 통해 울산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각종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이에 본지는 시민들이 보다 더 울산을 이해하고 애향심을 높일 수 있도록 울산학연구센터의 2010년 연구논총의 과제로 연구된 ‘회야강변의 마을’, ‘일제강점기 울산 출신 일본 유학생의 문화운동’, ‘울산지역 전통음악의 자료현황과 연구과제’를 매주 연재했다. 마지막으로 위덕대 신상구 박사의 연구를 정리한 '울산시지역 바닷가 마을의 동제 현황과 특징'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생활사로서 중요 문화유산
70년대 이후 산업화 영향
해안가 마을 점차 사라져
방치된 제당·동제 활성화
마을 커뮤니티 창구로 활용
◆사라져가는 삶의 흔적
바닷가마을의 동제는 바다라는 예측 불가능한 공간에서 안전을 보장 받기 위한 염원과 기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안가 사람들은 내륙의 사람들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동제를 행하고 있다. 하지만, 울산은 70년대 이후 산업화의 영향으로 상당히 많은 해안의 바닷가 마을이 사라졌으며 지금도 사라지고 있다.
동제는 마을의 역사와 주민들의 생업, 그와 관련한 관념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이지만, 갈수록 동제의 역할과 기능은 줄어들고 있다. 어쩌면 동제는 역사기록으로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의미에서 사라져가는 동제의 현황과 특성을 조사하여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바닷가마을의 동제현황
울산시지역 바닷가 마을의 특징적인 모습을 도출하기 위해 남구, 동구, 북구의 바닷가마을을 조사대상으로 하여, 기왕의 문헌에 기록하고 있는 자료는 참고만 하였고, 현장을 방문해서 주민들에게 확인한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현장조사를 통해서 울산시지역 바닷가 마을에서 행해지는 동제의 현황을 각 마을 제당의 위치, 형태, 제의 일시, 신체(神體)와 특이점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도표 참조)
◆제당 공간의 특징
풍수지리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보면, "산이 거칠거나, 뽀족하게 솟아 있거나, 아니면 암석이 있는 곳이거나, 물이 머물지 않고 곧장 빠져나가버리는 곳에는 반드시 신단[사당, 제당]과 묘우(廟宇)와 같은 건물을 지어 제사해야 한다" 와 같이 대개 비보풍수의 관점에서 신단(神壇)이나 제당(祭堂)위치가 정해진다. 울산 바닷가마을의 제당배치에서도 "마름질하여 이루고, 모자람을 보충하는" 비보원리 즉, 지형이 지니는 약점을 보완함으로써 인간의 쾌적한 주거생활에 기여하고자 제당을 지었다.
대개 울산의 바닷가마을에서는 바다를 바라보는 곳에 제당을 짓고, 다른 곳에 또 하나의 제당을 지어 놓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울산 북구의 어물동 구암마을의 제당과 동구 주전마을의 제당은 특별한 모습을 보인다.
구암마을의 경우에는 바닷가 마을제당이면서도 산지제당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며, 동구 주전동의 제당은 일반적인 제당의 배치와는 상관없이 마을 주민들의 휴게의 기능, 광장의 기능, 의식보다는 사람들의 편의성을 고려한 인본주의적인 기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볼 수 있었다. 이는 전통적인 제당의 배치와 동제의 의미가 주민들의 생업과 지형적인 특수성, 그리고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증거이다.
◆동제에 대한 인식과 전망
울산시지역의 바닷가마을의 동제를 조사하면서 오늘날에 있어 동제사가 마을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동제는 필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지내야 하지만 마을에 동제를 지낼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동제를 지낸 후 마을에 우환이 있으면 제관이 정성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꾸짖음이 있었기 때문에 지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제관이 되면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런 점이 번거롭고 힘들다는 인식이 있었다. 실제 각 마을에서는 동제를 지낼 사람이 없고, 경비 충당이 어렵다는 이유로 제사를 지내지 못하고 있는 마을이 많았다.
또한 제사가 없으므로 제당이 흉물이 되어 가고 있지만 아무나 제당에 손을 대지 못하기 때문에 수리를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주전마을의 경우와 같이 동제가 현실적으로 마을 커뮤니티의 중요한 도구로써 활용될 수 있으며, 제당이 휴식의 공간이면서 신성성을 지닌 공간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동제를 통하여 마을이 화합할 수 있는 점에서 동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여겨진다.
동제는 무엇보다 우리들 삶의 모습 곧 생활사(生活史)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동제가 사라지기 전에 그 모습을 기록하고 그 흔적을 남겨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라지기 전에 예전처럼 주민들을 화합할 수 있는 축제로서의 동제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