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울산지역의 전통음악에 대한 기존의 자료와 연구현황을 검토함으로써 향후 울산지역의 전통음악에 대한 연구의 과제를 제시하는데 목적이 있다. 여기에서 다룰 전통음악의 범위는 기층음악인 민요·무속음악·농악이다. 기존의 울산지역에서 조사된 민요·무속음악·농악 관련 자료와 연구 성과를 정리해 전통음악과 관련한 문화적 해독력을 높이려고 했다. 그리고 울산지역의 전통음악에 대한 연구의 방향을 나름대로 설정해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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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동농악. |
사람주체로 구비전승되는 전통예술 단절 안되게 하려면
울산쇠부리·멸치후리기 소리 무형문화재 지정 추진을
‘아이들 놀이요’ 교육현장 보급·활용땐 후대 전승
동해안별신굿 체계적 연구·마을굿 복원 행정적 지원도
◆울산지역의 민요
울산지역 민요의 특징은 자연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상도의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산간에서 많이 불리는 어사용과 같은 민요와 평야지대의 논농사요, 그리고 멸치후리소리처럼 해안에서 불리는 어업요가 두루 채록되는 것은 이 지역 사람들의 삶과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철광석의 산지로 유명해 많은 철이 생산되었으며 이에 따라 불매소리가 발달하였다. 다른 지역에서는 불매소리가 대개 애기 어르는 소리(자장가)로 채록되나, 울산지역에서는 노동요·애기 어르는 소리·아이들의 유희요로 다양한 쓰임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울산지역 민요의 연구 과제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음악학에서의 연구는 사설과는 달리 음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울산지역의 민요 중 음원을 공개되어 들을 수 있는 것은 『한국구비문학대계』 자료와 『MBC 민요대전 -경상남도편-』이 있지만, 『민요대전』의 경우 울산지역의 자료의 양이 작아 결국 『한국구비문학대계』의 자료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조사한 방대한 자료가 있어 향후 이 자료를 통한 울산지역의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워낙 많은 양이다 보니 아카이브로 만들기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야 되는데, 이를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한국구비문학대계』의 자료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모든 음원을 홈페이지를 통해서 들을 수 있다. 이 자료를 이용하여 울산지역 국악단체가 여러 작품을 발표했다. 결국 일차적인 음원자료의 제공이 울산지역 민요연구와 문화콘텐츠 발전에 토대가 될 것이다.
둘째, 비지정 문화재인 울산쇠부리, 물당기기 소리, 멸치후리기 소리의 지정을 검토해야 한다. 현재 이런 비지정 문화재는 울산지역 각 문화원에서 주관하여 행사를 하고 있다. 처음 조사할 당시와 현재 전승되는 상황을 외부 전문가의 조사를 통해 문화재적 가치를 다시 점검하고 가치가 있다면 예산지원과 문화재 지정을 검토해야 한다.
셋째, 울산지역의 특색 있는 민요연구가 아직 이루어지지 못했다. 울산지역의 민요자료에 대한 정보가 많이 공개되면, 구비문학과 음악학 연구자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할 것으로 생각된다.
넷째, 교육적인 측면에서 울산지역 민요의 활용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민요는 민중들의 삶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있고, 옛날과는 다른 오늘날 현대인의 삶은 민요의 전승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노동요와 같이 노동현장에서 불리는 노래는 더 이상 전승이 어렵게 되었지만, 아이들이 놀이요는 이와 상관없이 교육현장에서 잘 활용한다면 언제든 전승이 가능하다. 울산지역에도 많은 놀이요가 채록되었고 이를 놀이와 함께 초등학교 교육현장에서 보급한다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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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회 쇠부리 풍물경연대회. |
◆울산지역의 무속과 무속음악
울산지역 무속에 대한 직접적인 문헌기록은 없지만 『여지도서』 <좌도병마절도영> 관직(官職)조에는 무군뢰(巫軍牢) 50명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지방의 관아에서는 ‘무군뢰’ 혹은 ‘무부군뢰(巫夫軍牢)’라는 독특한 직역을 부여하였는데, 일반적인 군뢰와 달리 무부군뢰는 재예(才藝)를 겸비한 군뢰라는 점이며, 취고수와 세악수가 악기 연주만을 맡았던 것에 비해 이들은 재주를 부리거나 연기를 하면서 행렬의 위엄을 도왔던 것으로 보인다. 무부군뢰라는 제도는 비관속(非官屬) 음악집단인 무부들을 관속으로 편입시킨 것으로, 두 집단의 친연성을 보여준다.
울산에서는 부산에서 활동하던 김영달의 부친인 김택룡이 피리도 불고 대금도 불었는데, 특히 대금을 잘 불었다고 한다. 또한 울산에서는 김경석, 김월산이 피리를 불었는데, 특히 김경석은 쌍피리를 잘 불었다고 하며, 대금잽이로는 김택룡에게서 배운 김영문이 활동했다고 한다.
울산지역은 경상도의 무속권역 중 경상좌도의 남과 북을 가르는 지점으로 이 지역의 무속연구는 무속권역의 연구의 핵심지역이 된다. 현재는 동해안별신굿을 하는 무속집단이 서로 교류하고 있고, 무속음악에서는 남과 북이 크게 구별되지 않지만 재차(祭次)에서는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점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통시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된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전승에 관한 문제이다. 별신굿이 과연 언제까지 전승될 것인가 하는 것은 장담하기 힘들다. 무속집단과 마을주민의 의식, 경제적인 문제 등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좀 더 잘 전승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연구, 마을굿의 복원, 행정적인 지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울산지역의 농악
흔히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농악을 ‘매구’라 하고, 농악을 치는 것을 ‘매구친다’고 한다. 정월에 하는 지신밟기나 판굿을 할 때도 ‘매구친다’고 한다. 옛 문헌에서는 보통 매귀(埋鬼)로 표시하였다. 울산지역의 중요한 사료인 『학성지』와 『울산읍지』에 이 매귀악(煤鬼樂)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어 많이 성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학성지의 풍속조 기록은 당시 울산지역에 상당히 지신밟기가 성행했으며, 그것이 다른 지역과 다른 독특한 점이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비지정문화재인 매귀악과 울산농악은 둘다 『학성지』 <풍속조>의 기록을 연원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록으로 문헌적인 연원은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나 실제 음악연행의 복원은 힘들다. 다른 지역의 대부분의 농악이 상쇠계보와 같은 전승관련의 지역성을 바탕으로 둔 것과는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그러므로 문헌자료에 의존해 농악을 복원할게 아니라 실제 전승자와 연행문화에 의존한 복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울산지역에는 다양한 지신밟기 사설이 녹음되었다. 이를 활용하여 부산광역시의 무형문화재인 동래지신밟기와 같은 모습의 복원이 바람직해 보인다.
◆맺음말
첫째, 울산광역시의 비지정 무형문화재 중에서 지역성·전통성·예술성이 높아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것도 상당수 있으며, 이를 보존하고 지역의 문화콘텐츠로 개발하기 위해 행정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무형문화재 지정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둘째, 현재 조사된 자료에 대한 아카이브와 CD발간과 같은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
현재 행정기관에서는 예산과 인력이 이를 감당하기 힘들 거라 생각되므로 여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구자 모임을 지원하는 방법, 대학의 연구기관에 연구지원 사업으로 자료를 모으고 이를 발간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방법 등이 효율적일 것이다.
셋째, 구비 전승되는 전통예술의 특성은 사람이 주체라는 점이다. 이 점은 사람이 죽으면 그 전승도 단절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재 전통적인 민요를 부를 수 있는 연령대는 주로 70~80대이다. 이들이 살아있을 때 조사가 가능하므로 앞으로 10년 정도가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조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본 내용은 울산발전연구원(원장 하동원) 울산학연구센터 공모과제로 오진호 박사(부산대)의 연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