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쉬나메』는
8세기 초 사산조 페르시아의 멸망 후 아랍에 항쟁하는
페르시아의 마지막 왕자의 영웅담을 다루고 있는 대서사시이다.
전편과 후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기서 신라(Basilla)와 관련된 부분은 후편으로 전편은 후편을 위한 도입부의 성격이다. 1998년 마티니(Matini) 교수의 편찬본을 기준으로 『쿠쉬나메』의 신라관련 부분이 전체 10,129절 중에서 2,011절에서 5,925절 사이를 구성하고 있는 상당한 분량으로, 신라의 지리적 상황, 부속도서, 여자, 군대, 궁정 생활, 결혼 풍습 등에 관한 기록과 묘사가 수록되어 있다. 현재 『쿠쉬나메』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로, 향후 다각적인 측면에서의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한편, 신라와 페르시아를 포함한 서역간의 교류에 대한 연구는 다수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선행연구들을 바탕으로 『쿠쉬나메』의 텍스트 분석을 통하여 통일신라시대의 울산항을 통한 서역과의 교류를 살펴보았다.구체적으로 본 연구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쿠쉬나메』의 원류인 『샤나메』와 조로아스터교의 경전『아베스타』와의 신화 구조의 분석을 통해, 『쿠쉬나메』의 주인공의 역사적 상징성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산조 페르시아의 패망 이후 중국(당나라)에서의 항쟁의 역사를 『신당서』및 영문 역사서들을 통해 고찰하여, 『쿠쉬나메』의 주인공의 역사적 상징성을 구체화시켜보고자 한다. 둘째, 『쿠쉬나메』에 기록된 바실라(Basila)가 신라임을 역사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8세기 중반 이후 아랍인들의 신라 인식을 고찰하여, 그것과 『쿠쉬나메』에서의 텍스트 간의 비교 · 분석을 통해 바실라(Basila)의 실체를 파악해 보았다. 셋째, 『쿠쉬나메』의 주인공인 페르시아 왕자 아비틴의 신라로의 유입 루트를 파악하기 위해, 당시 신라에서 국제항으로서의 울산항(개운포항)의 위상과 역할 및 울산항을 통한 국제교류 양상을 살펴보았다. 『쿠쉬나메』는 7세기 중반 이후의 신라와 사산조 페르시아의 정치적 관계는 물론 한반도와 이슬람 초기 서아시아와의 새로운 관계정립을 위한 유용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 울산항을 통한 고대 실크로드에 이르는 문화교류, 나아가 울산항을 통한 신라의 대외관계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생각된다. 더욱이 통일신라시기 서역과의 직접 교류에 대한 논란의 핵심인 경주 괘릉의 무인상(785~798)과 신라 헌강왕대 처용의 서역 도래설(875~886)에 대한 역사적 근거를 제시하여, 통일신라와 서역과의 문명 교류의 실체를 복원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