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조선시대 울산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재현해 내자는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를 위해 『조선왕조실록』을 뒤지기 시작했다. 『조선왕조실록』은 그야말로 보물 창고였다. 임진왜란 같은 조선을 뒤흔든 큰 사건에서부터 지진, 우박이 내렸다는 사소한 내용까지 없는 기록이 없을 정도이다.
조선시대 울산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울산 사람들은 어느 지역에 가장 많이 살았을까, 울산 사람들은 어떤 놀이에 재미를 느꼈을까, 울산의 부촌(富村)은 어디였을까, 조선시대 울산 최고의 수재는 누구였을까, 등등
『조선왕조실록』 만을 꼼꼼히 읽는다면 울산 사람들의 행적을 낱낱이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 만으로 스토리텔링을 진행하기에는 내용이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일테면 ‘지진이 일어났다.’, ‘누가 누구를 죽였다더라’와 같이 끝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대다수의 자료는 사건이 일어났다고만 적혀 있을 뿐, 그로 인한 피해, 사람들의 충격 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신문 기사를 쓰듯 육하원칙에 맞춘 기본적인 내용만 서술돼 있었던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선왕조실록』 외의 자료가 반드시 필요했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자료는 많았지만 신뢰할 만한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만약 송수환, 성범중 교수님 등 선행 연구자들의 글이 없었더라면 이 글은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1차 텍스트의 발굴과 분석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깊이 절감하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조선시대 500년 동안 울산을 뒤흔든 사건, 총 10가지 사건을 뽑았다. 울산성 축성과 이주를 둘러싼 갈등, 왜관이 개설되면서 울산 주민이 된 일본인과 울산 사람의 삶, 임진왜란으로 전쟁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어야만 했던 울산 사람들, 하미면을 둘러싼 기장과의 갈등, 진상과 세금문제로 인한 울산 사람들의 고통과 반란, 200년만의 과거 급제자의 성공과 귀향의 의미, 효를 둘러싼 풍경, 간통과 살인으로 비극으로 치닫게 된 가족 등을 살펴보았다. 부족
하나마 이 글을 통해 조선 시대 울산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