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울산학연구 교양서 "울산의 뿌리와 자부심"

연구자:이상문

울산은 역사적, 문화적 기반이 다른 도시에 비해 취약하지 않다. 신라 고도 경주에 인접한 까닭에 불교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고대 문화유산이 남겨져 있고 중세와 근세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역사의 자취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또, 동해의 수려한 해안과 서부 지역이 산악지대가 조화롭게 형성된 자연환경은 수륙 양대 문화가 균형되게 발전하는 기반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타도시와 견주어 결코 뒤지지 않는 관광자원까지도 갖추게 하였다.

그리고 국가 산업 발전을 견인하는 공단이 조성되면서 국가경제의 첨병역할을 담당해 왔고 최근에 이르러 울산 소재 몇몇 기업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브래드로 성장하여 이들 기업의 기반인 울산은 국제적인 상버도시로 격상되었다.

하지만 산업화 이전의 울산이 가지고 있던 문화적 저력은 급격한 도시 팽창과 외부 인력의 대거 유입으로 그 가치가 희석되어버리는 현상이 초래되고 말았다. 그 이유 가운데 가장 중요한 까닭은 울산의 도시 이미지가 ‘공업도시’로 고착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울산이 이루어내는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에만 관심을 가진 나머지 정작 도시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가치인 역사, 문화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다.

또, 태어난 삶의 근거지를 찾아 울산으로 유입된 인구들의 주인의식 부재는 이러한 현상을 부채질했다. 유입 시민 대부분은 새로운 정착지 울산에서 삶의 안정을 우선적으로 필요로 했고, 허리띠를 졸라 매고 경제활동에 전념한 나머지 여가활동이나 문화 활동의 향유 욕구를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은 한동안 울산이 ‘문화 불모지’라고 불리게 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리고 경제적 안정과 더불어 삶의 질을 추구하는 시대에 진입하면서 시민들은 울산의 문화가 매우 부박한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여 울산을 ‘떠나고 싶은 도시’라고 생각하는 극단적인 정주의식 부재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광역시 승격 이후 본격적인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울산은 새로운 정체성 찾기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공업화, 산업화로 훼손된 환경을 복구하고 도시 규모에 걸맞은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복지 증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문화 예술 활동도 과거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으며 교육 환경 또한 서시히 정비되고 있는 시점이다.

하지만 아직 시민들이 울산 시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데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소득 4만 달러의 경제 수준에도 불구하고 울산에서 살아가는 것이 완전하게 자랑스럽지 못한 것은 역시 뿌리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가장 큰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선사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서 울산이 가졌던 역할과 비중은 크든 작든 울산 고유의 자랑스러움이 있고, 그것에 대한 시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 비로소 울산은 이상적인 대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교양서는 울산의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 인물 중 시민들이 꼭 알고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중요한 몇 가지 것들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고, 사회 모든 계층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새롭게 정리하였다. 물론 이 책에서 빠진 항목들 가운데, 책에서 언급된 사실들보다 더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울산의 그 어느 것도 경중을 가려 앞뒤로 순번을 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선대가 물려준 유산 중 소중하지 않은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다만 한 권의 책에 그 방대한 유산을 모든 정리할 수 없다는 제한된 여건이 아쉬울 뿐이다.

어쨌거나, 이 교양서가 시민들에게 삶의 터전이자 고향인 울산에 대한 애향심을 새롭게 느끼게 하고, 나아가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성장하는 데 절대적인 구성요소인 성숙한 정신문화적 자산으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