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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칼럼] 울산, 탄소 걷어내고 청정수소 도시로(김혜경 박사 기고문)
              언론사
              울산매일신문
              작성일
              2025-11-20
              조회수
              15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중심지였다. 조선, 화학, 자동차 산업이 도시 기반을 형성하며 반세기 동안 국가 성장에 기여했다. 이 영광스러운 성장의 역사는 필연적으로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화의 과정이었고, 그 발자취는 아쉽지만 탄소 기반의 에너지 체계 위에 깊이 새겨져 왔다.



                현재 산업 환경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온실가스 감축은 이제 세계 산업의 새로운 표준이다. 더 이상 규모의 경제가 경쟁력을 결정하지 않으며, 산업의 지속가능성은 탄소 배출 총량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로 인해 울산의 주력 산업인 석유화학 및 정유 부문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은 글로벌 환경 규제와 저탄소 공급망 재편이라는 중요한 전환점에 직면했다. 



                세계는 이미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시작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현재 58개국이 국가 수소전략을 채택했고, 전 세계 수소 프로젝트는 2,200건을 상회하며 투자가 집행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청정수소 1㎏당 최대 3달러의 세액공제를 지원해 북미 지역의 수소 프로젝트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이는 2030년까지 연간 1,000만t의 청정수소 생산체계를 구축하려는 명확한 목표를 반영한다. 유럽연합(EU) 역시 'Hydrogen Bank'를 출범시켜 역내외 2,000만t의 청정수소 확보를 추진 중이다. 일본은 액화수소·암모니아 기반의 국제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으며, 독일·호주·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재생에너지 기반 수출형 수소 산업을 육성하며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전 세계적 움직임은 수소가 국가와 도시의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로 격상됐음을 의미한다. 수소경제는 탄소 감축을 넘어 산업 원료, 제조 공정, 물류 시스템, 도시 인프라를 포괄적으로 전환하는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



                울산은 대한민국 수소경제 전환을 선도할 수 있는 독보적인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부생수소 생산 능력, 188km에 달하는 배관망 (전국 수소 배관망의 60% 이상), 그리고 항만·산업단지·도심이 구조적으로 연결된 지리적 환경은 울산의 핵심 자산이다. 수소시범도시 지정, 수소트램 실증, 수소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 등은 울산이 '도시 전체가 통합된 수소 실증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울산은 기존 부생수소 중심 구조만으로는 글로벌 전환 속도에 대응하기 어렵다. 울산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부생수소의 효율적 활용을 지속하되, 청정수소 생산 인프라를 동시에 확충해야 한다.



                울산은 이 같은 과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프로젝트를 이미 시작했다. 울산은 한국남부발전과 협력하여 국내 최초 135MW급 청정수소 전소 발전소 구축을 추진하며 발전 부문의 탄소 중립을 선도하고 있다. 또한, LNG 터미널을 활용한 블루수소 생산 및 그린수소 물류 허브 조성을 통해 기존 에너지 인프라를 수소 인프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 신공장 착공은 울산이 '수소 생산-활용'의 완결형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울산이 청정수소 기반의 글로벌 허브로 도약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특히 울산은 오랜 기간 석유화학·정유 산업을 통해 에너지 허브를 구축하며 기술 역량을 축적해왔다. 울산 항만은 원유, 가스, 화학 원료를 대량 처리하며 에너지 저장·운송 및 물류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반 위에 수소·암모니아 운송망을 추가하는 것은 울산 산업 인프라의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이다. 항만 냉열의 활용과 배후단지 복합 물류체계는 이 전환을 지원할 핵심 자산이다.



                울산의 기업 생태계는 수소 전주기 산업을 지원하는 다층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화일반산단은 수소모빌리티 부품지원센터와 검사센터 등 실증·인증 기능을 수행하며, 테크노일반산단은 연료전지 실증 및 시험평가 인프라를 통해 기술 신뢰성 확보의 허브 역할을 한다. 여기에 울산혁신도시에는 한국에너지공단, 석유공사 등 정책·기술 기관과 인력이 집적돼 있다. 이 세 거점이 기능적으로 연계될 때, 울산은 실증·인증·사업화·정책 기획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수소 산업의 전주기 지원체계를 자연스럽게 갖추게 된다.



                수소는 산업의 연료를 넘어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핵심 에너지이며,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요소이다. 울산의 도전은 산업과 도시, 그리고 시민의 삶을 통합하는 새로운 산업도시 모델의 실험이다. 산업이 도시 성장을 이끌고, 도시가 다시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순환 구조- 이 모델이 울산에서 완성될 때, 한국의 수소경제는 현실화될 것이다. 김혜경 울산연구원 연구위원·박사

              게재일자
              202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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