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디해진 울주군의 배경에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최첨단 행정력도 한 몫 한다. 또 그러한 최첨단 행정력을 주도하며 이른바 ‘일잘러’로 특히 주목받고 있는 일선 공무원들이 있다.
◇부서 입맛대로 ‘척척’ 맞춤형 ‘웹맵’
울산시 울주군은 2017년 기초행정구역(통·반) 정보와 2018년 GIS건물통합정보 등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 매년 최신화하고 있다. 이는 각종 행정 시책의 기초 데이터로 넓은 울주군 지역에 고루 투입될 수 있는 객관적 지표가 된다.
울주군 관계자는 “통·반은 행정구역의 최소 단위로 이 경계가 잘 잡혀 있어야 불균형이 없다”며 “GIS건물통합정보 역시 공공데이터의 정확도가 크게 떨어져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GIS(지리 정보 체계) 시스템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웹맵(Web map)을 적극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웹맵이란 별도의 프로그램 없이 지리 정보를 웹으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수단으로 지도 위에 빅데이터를 시각화해 직관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울주군은 자원위생과에 ‘폐기물 배출·처리업체 분포 현황’ 지도를, 환경기후과에 ‘야생동물 포획 분포 현황’ 지도를 제공하는 등 부서별 맞춤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울주군 관계자는 “GIS시스템이 사실 일반 공무원이 다루기에는 난이도가 있다”며 “장황한 글, 숫자들을 한눈에 보기 쉽게 지도로 제작해 주니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울주군은 이렇게 빅데이터를 가공해 만든 ‘웹맵’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 골목형 상점가 지정 조례를 제정하는 과정에서 ‘웹맵’을 통해 울주군에 맞는 밀집도를 도출하는 등 도움을 줬으며, 이어 제1호 골목형 상점가인 ‘구영로 상점가’ 지정에도 큰 역할을 했다. 또 지역 내 총 주택수, 30년 이상 노후주택 비율, 슬레이트주택 비율 등을 분석해 개선이 시급한 취약지역을 도출해 냈다.
그 결과 언양읍 곰재마을이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 공모’ 후보로 올랐으며 결국 선정돼 올해 개선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밖에도 지도점검, 축제, 행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공공데이터인 KRAS건물데이터(빨간선)와울주군이 자체 구축한 GIS건물통합정보(파란색)의 비교도. 공공데이터의 경우 실제 위치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잦아 담당 공무원이 직접 현장을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사진제공=울산 울주군
◇비예산 사업의 주역 공간정보팀 ‘일잘러’들
앞서 설명한 드론, 빅데이터 등 시스템은 모두 공무원이 구축·관리하고 있는 ‘비예산 사업’이다. 상사의 지시 없이도 직접 사업을 발굴하고, 또 시간을 투자해 이끌어가고 있는 2명의 공무원을 소개해 본다.
-드론 베테랑 강영석 주무관
2019년 임용한 강영석 주무관은 울주군의 ‘눈’을 담당한다. 토지 관련 업무를 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지적직에 관심을 뒀던 그는, 임용 첫해인 2019년 4월 울주군 프로그램을 통해 드론 1종 자격증을 취득하며 ‘드론 행정’의 첫발을 뗐다.
강 주무관이 ‘울주 스카이맵’을 구축해야겠다고 생각한 결정적인 계기는 2021년 지적재조사팀 근무 시절이었다. 기존 위성 영상은 해상도가 낮아 경계 확인이 어려웠고, 현장 업무에 한계가 명확했던 것. 결국 답답해서 직접 촬영하기로 결심한 그는 울주군 전 지역을 드론으로 촬영해 고해상도 영상을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단발성 촬영이 아닌, 행정의 연속성을 위한 ‘공간정보 지도’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강 주무관은 “우리가 비예산으로 힘들게 구축한 이 시스템을 다른 부서 담당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이용해 줬으면 한다”며 “수요가 많아져야 우리가 공공을 위해 또 다른 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GIS 해결사 손휘진 주무관
강 주무관이 하늘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면, 이를 ‘쓸모 있는 보물’로 가공하는 건 손휘진 주무관의 몫이다.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울산연구원에서 근무하다 2024년 울주군에 합류한 그는 자타공인 ‘GIS 전문가’다.
손 주무관은 임용 직후부터 공격적인 ‘데이터 세일즈’에 나섰다. 아무리 좋은 데이터도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생각에, 그는 작년 한 해 전 부서를 돌며 “무엇이든 지도로 만들어 드린다”고 홍보했다. 그 결과 18건의 웹맵 형태 주제도가 탄생했고, 10건의 심층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가 각 부서로 전달됐다.
성과는 즉각 나타났다. 그가 데이터를 분석해 발굴해 낸 언양읍 ‘곰재마을’은 취약지구 개선사업 공모에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데이터가 실제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예산 확보로 이어진 모범 사례다.
손 주무관은 “아직도 공간정보팀이 뭘 해줄 수 있는지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직원들이 많아 아쉽다”며 “데이터 요청만 하면 1~2일 내로 맞춤형 지도를 뚝딱 만들어 드릴 수 있으니, 제발 우리를 귀찮게 해달라”고 웃어 보였다. 이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