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그 성과를 돌아보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과학을 떠올릴 때 흔히 연구실이나 실험의 영역을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오늘의 과학은 산업을 움직이고 일상을 바꾸며 도시의 미래를 준비하는 힘으로 작동하고 있다. 과학의 날은 기술의 성과를 기념하는 날인 동시에, 우리가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울산은 산업과 기술의 축적 위에서 성장해 온 도시다. 조선과 자동차, 석유화학은 오랜 기간 국가 경제를 이끌어 왔고, 그 현장에는 늘 기술 혁신이 함께해 왔다. 생산성을 높이는 설비 개선, 품질을 끌어올리는 공정 혁신, 위험을 줄이는 안전기술의 발전은 산업도시 울산의 경쟁력을 지탱해 온 기반이었다. 산업의 성장은 단지 생산량의 확대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 배경에는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방식을 찾아온 기술의 진보가 있었다.
우리는 흔히 기술을 효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이해한다. 물론 그것도 맞다. 그러나 산업도시에서 기술의 의미는 그보다 훨씬 넓다. 어떤 기술을 선택하고 어떤 방향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산업의 구조가 달라지고, 기업의 경쟁력이 달라지며, 지역의 인력 수요와 교육의 방향도 달라진다. 기술은 생산 현장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도시의 산업 이미지와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까지 바꾸는 힘이 된다.
이러한 흐름은 산업 전환의 시기에 더욱 뚜렷해진다.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 인공지능 확산과 공급망 재편은 산업 환경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이제 경쟁력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연구개발 역량과 현장 적용 능력, 안전과 환경 대응 수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까지 함께 평가받는다. 같은 제조업이라도 어떤 기술 기반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미래의 가능성은 크게 달라진다. 특히 제조업 중심 도시일수록 기술이 개발되는 곳과 적용되는 현장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연구의 성과가 실제 생산과 사업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탄탄할 때, 기술은 비로소 도시의 경쟁력이 된다.
울산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기존 제조 현장에서는 스마트 공정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품질관리가 확산되고 있으며, 수소 생산과 활용 기반의 확대, 이차전지 소재로의 진출, 부유식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의 현장 적용도 이어지고 있다. 울산이 오랜 시간 쌓아온 산업 역량과 현장 경험은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토대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 토대 위에 연구개발의 성과를 현장과 더 촘촘히 잇고, 새로운 기술이 지역 산업 안에서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을 넓혀 가는 데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여러 주체의 노력이 함께 맞물릴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기업의 투자와 현장의 적용, 협력업체의 대응, 인력을 길러내는 교육 기반이 함께 갖추어질 때 산업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은 개발 그 자체보다 생산과 검증, 확산의 과정 속에서 힘을 갖는다. 산업도시에서 기술의 가치는 결국 현장에서 구현되고 도시의 변화로 연결될 때 분명해진다.
과학의 날은 그 노력의 무게를 돌아보는 날이다. 눈에 보이는 성과 뒤에는 오랜 시간 이어진 연구와 개선, 현장의 적용과 협력이 쌓여 있다. 기술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으며 도시의 경쟁력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의 투자와 교육, 기술 혁신의 노력은 몇 년 뒤 도시의 산업 구조와 성장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미래는 갑자기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준비가 차곡차곡 쌓인 결과로 만들어진다.
울산이 앞으로 준비해야 할 것도 다르지 않다. 이미 갖춘 산업 역량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과 혁신역량을 더해 가는 일이 중요하다.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기본에 충실한 기술 역량과 실용적 혁신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과학의 날은 과학기술의 성과를 기념하는 날인 동시에 도시의 내일을 준비하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되새기는 날이기도 하다. 쌓아온 경험과 기술 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산업도시 울산이 지금 새겨야 할 방향일 것이다. 김혜경 울산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 연구위원